오늘은 AI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트롤리 딜레마와 자율주행차 ― 새로운 윤리 실험
윤리학 교과서에서 자주 다뤄지는 사고 실험 중 하나가 트롤리 딜레마입니다. 달리는 전차가 다섯 명이 묶여 있는 선로로 향하고 있고, 당신이 선로를 바꿀 수 있는 스위치를 당기면 한 사람만 있는 선로로 전차가 옮겨집니다. 이때 당신은 스위치를 당겨야 할까요,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이 문제는 개인의 생명과 다수의 생명을 어떻게 비교할 것인지, 인간의 도덕적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를 묻는 고전적 딜레마입니다.
이 철학적 문제는 이제 자율주행차의 시대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보행자를 피하려면 차선을 급히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옆 차선에는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어 급히 틀 경우 그 운전자가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AI는 이 순간 누구를 보호해야 할까요? 탑승자인 운전자일까요, 보행자일까요, 아니면 다수의 안전을 우선해야 할까요?
자율주행차는 초당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계산하고 최적의 경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단순한 수학적 최적화와는 다릅니다. 인간은 도덕적 직관, 사회적 규범, 감정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지만, AI는 프로그래머가 부여한 알고리즘과 학습 데이터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의 윤리 기준을 AI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프로그래밍의 윤리 ― 누구의 가치가 반영되는가
자율주행차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결정은 결국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떤 윤리적 가치가 반영되느냐입니다.
첫째, 다수의 생명을 우선하는 공리주의적 접근이 있습니다.
사고 상황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관점입니다. 예를 들어 다섯 명의 보행자와 한 명의 탑승자 중 누구를 살릴 것인가의 선택에서, 다섯 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이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만약 내가 탑승자라면 내 안전이 희생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둘째,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의무론적 접근이 있습니다.
이 입장에서는 사람을 단순히 숫자로 비교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한 사람을 고의로 희생시키는 선택은 그 자체로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는 탑승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거나, 선택을 유보하고 ‘운명’에 맡겨야 할까요?
셋째,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맥락도 중요합니다.
어떤 사회에서는 다수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이, 또 어떤 사회에서는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에서 사람의 생명을 다른 가치보다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자율주행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보다, 그 결정을 누가, 어떤 가치 기준으로 설계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프로그래머와 기업, 국가가 선택한 윤리적 가치가 그대로 알고리즘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AI 윤리의 문제는 곧 정치적·사회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AI 윤리의 미래 ― 법, 사회, 인간의 과제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는 단순히 도로 위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모든 AI 시스템이 마주할 보편적 문제입니다. 의료 AI가 희귀한 환자 한 명을 살릴 것인지, 다수 환자에게 보편적인 치료를 제공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도 같은 질문이 제기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AI 시대에 걸맞은 윤리적·법적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첫째, 법률적 책임의 명확화가 필요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내린 결정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제조사일까요, 소프트웨어 개발자일까요, 아니면 차량 소유자일까요? 현재 많은 국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합의는 없습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면 AI에 대한 신뢰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둘째,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AI가 내리는 결정은 결국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을 반영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프로그래밍은 전문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공론장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누구를 보호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은 민주적 합의를 통해 마련되어야 합니다.
셋째, 인간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AI가 윤리적 결정을 대신해주는 사회는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계가 결정했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태도가 만연한다면, 인간은 도덕적 판단력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최종적으로 윤리적 책임을 지는 주체는 인간이어야 합니다.
결국 AI의 윤리적 딜레마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가 어떤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이를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우리에게 단순히 안전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윤리와 사회의 본질적 질문을 다시 던지는 철학적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기계가 아닌 인간이 답해야 할 질문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피할 수 없을 때 누구를 보호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AI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AI는 계산을 잘할 수 있지만, 가치 판단은 인간이 내려야 합니다.
AI의 윤리적 딜레마는 결국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도덕적 선택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몫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며,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다시 자각해야 합니다.
AI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을 뿐입니다. 자율주행차라는 기술은 우리에게 고전적 트롤리 딜레마를 현실의 도로 위로 끌어낸 존재입니다. 이제 답을 찾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과제입니다.